슬픔을 거두고, 재충전

다이어리/기억 2007. 4. 23. 21:58
아내외 함께 간단히 추도예배 형식으로 삼오제를 드리고 탈상했다.
삼오제 내내 목이 메여 말을 잇기가 힘들었다.
애써 눈물을 감추는 나. 나의 눈물을 못 본적해주는 아내. 이래서 우리는 하늘이 맺어준 찰떡 부부인가보다.
철없이 국립묘지 구석구석을 뛰도는 대성이는 할아버지 묘비를 가르치며 연신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외친다.
대성아. 이제 할아버지는 네 가슴 속에 계시단다... 아버지를 위한 기도소리에 대성이의 아멘소리가 유난히 마음을 울렸다.

한동안 매주 고향에 내려가 어머니와 함께하려고 한다.
몸의 일부를 잃은 것 같은 고통과 슬픔이 있으시리라.
어머니도 어느덧 쉰넷.
강철같이 강한 여인, 제 3의 인종. 이제 어머니는 더이상 아줌마가 아닌 이제 할머니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아버지의 물건을 정리하는데 쏟아지는 눈물. 어머니는 나보다 더 큰 슬픔이 밀려 올텐데...
함께 살았던 집. 함께 썼던 물건...
이불부터 모조리 태워버렸다. 그리고 아버지의 옷가지들, 아버지의 물건들.
아버지의 물건 중에서 가장 많았던 것이 바로 온갖 약들이였다.
어마어마한 약들. 몸이 무척이나 안좋으셨던 것은 알았는데, 이정도로 많은 약들을 드시고 계셨구나.
... 그래 맞어 ... 한때는 한달에 한번 꼴로 응급차에 실려 가시곤 했었지 ... 그걸 알면서도 참 무심했구나 ...

생각하면 할 수록 죄스럽고, 슬픔에 눈물이 쏟아지지만,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
하늘이 정한 법이요, 누구도 거스릴 수 없는 법.
더 이상의 후회도, 슬픔도 이 상황을 바꿀 수 없다.

더이상 고통도 없고, 슬픔도 없는 곳에서 환히 웃고 계실텐데, 그걸 믿으면서도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아직 살아계신 어머니께만은 이런 후회가 남지 않도록 남은 여생을 잘 모시고 살아야겠다.

아버지...
죄송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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